오늘은 시아와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내는 외출을 삼가하는 편이라 억지로 강요할 순 없으니
언제부턴가 시아에게 바람을 쐬주는건 거의 나의 몫이자 바람이 되었다.
맞벌이 부모 밑에서 일주일 중 5일을 어린이집에서 생활을 하는데
물론 어린이집에서도 산책이나 소풍을 가긴 하지만 횟수가 많지는 않고
엄마아빠가 피곤해서 주말 이틀도 집에서만 보내게 되면
결국 아이는 일주일 내내 실내에서만 지내게 된다.
조금 있으면 유치원, 초등학교에 들어가 공부의 늪에서 고통받을텐데
조금이라도 어릴 때 뛰어노는 시간을 마련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공부생각도 없이 철없이 뛰어다니며 산을 오르락 내리락 개구지게 뛰어놀던 시절
나는 그때 얼마나 행복했는지...
그런 생각을 하면 지금 내가 조금 힘들더라도 시아도 그런 추억을 갖게 해주고 싶다.
한창 달리기를 좋아했던 시아는 대근육과 소근육이 조금 더 발달한 덕분인지
공을 던지기도 하고 발로 뻥 차면서 공놀이를 즐기기 시작했다.
집안에서 노는건 아무래도 다칠 위험도 있고 이웃집에게 민폐가 될 수 있으니
집에 있는 공을 들고 아예 공원으로 뛰쳐나갔다.
집 근처에 있는 수목원에 방문했는데
이전 기억으로는 넓진 않아도 어느정도 공터가 있던걸로 기억했는데
그 이후로 구조를 좀 바꾸고 조형물이 두어서 그런지
공을 찰 정도로 생각보다 넓은 공간은 아니었다.
다행히 자전거나 킥보드를 타고 다니는 사람은 없어서
맘껏 뛰어도 다칠 우려는 적을 것 같아 적당히 놀기로 하고 짐을 내려놓았다
그렇게 공을 내려놓자마자 꺄!! 꺄!! 하며
시아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다.
아무리 다른 아가들보다 월등한 체력을 가진 시아라지만
아빠의 체력과 테크닉을 따라오긴 벅찼는지
헉! 헉! 하며 숨이 턱까지 차올랐는데도
자기가 힘든줄도 모르고 계속 공으로 뛰어드는 시아 ㅠㅠ
잠깐 진정시키고 음료수도 마시게 하고 강제 휴식을 취하게 한다.
반복되는 공놀이로 시아의 볼이 작은 앵두처럼 씨뻘개졌는데
얼굴에는 신나는 표정이 가득 가득하다
같은 자리에서 몇시간동안 놀면서
부녀의 숨바꼭질 놀이는 주변 사람들에게 얕은 미소를 주기도 했고
3천원짜리 앰버풍선에 세상을 다 가진 것 처럼 행복해보이는 시아의 미소는
3천만원으로도 느끼지 못했을 행복을 느끼게 해주었다.
아이를 키우는건 정말 힘들다.
그런데 내가 이 아이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한 평생 이런 감정을 경험해볼 수 있었을까?
시아의 표정과 말 하나 하나가
나를 다시 태어나게 만들고, 새로운 인생과 교휸을 가르쳐준다.
오늘 시아와 함께 보았던 예쁜 단풍들, 함께 나눴던 이야기들
이 순간을 끝까지 간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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