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 청약을 신청했는데 덜컥 당첨이 되었다.
나는 어릴 때 부터 우리 집을 갖는게 큰 바람이었는데,
엄니는 우리집이 아니라는 이유로 집을 꾸미지도 못하거니와
정성을 들여 집에 투자한 적이 거의 없었다.
그리고 계약 기간, 월세, 전세, 이사 등등
일정 주기로 나를 불편하게 만들고 신경쓰이게 하는 것들을 배제시키고
나의 가족과 아이는 조금 더 안정적이고 좋은 환경에서 생활하게 하고 싶었다.
더군다나 곧 시아가 초등학교를 들어갈텐데
현재 환경으로는 교육이나 등학교 면에서도 조건이 좋지 않기때문에
그 전에 이사해서 정착하는걸로 출산 직후부터 10년 계획을 준비하고 있었다.
물론 그때 당시는 청약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청약을 하고 싶어도 준비가 안되어서 엄두를 못내고 있었는데
시아의 나이도 어느정도 찼고, 신혼부부 특별공급에 해당되기 위해서는
혼인기간과 급여 제한도 슬슬 신경을 써야했기 때문이다.
반면, 아내는 무조건 출퇴근 편의가 우선이라며
이번 청약 대상이 되는 아파트를
출근거리가 좀 더 멀어진다는 이유로 최악이라고 평한 것에 대해
나름 정보를 수집하고 가치를 평가해서 브리핑한 내 노력이 처참히 뭉개지는 것 같아
다소 빈정이 상해 티격태격 다툼이 되었다.
청약을 넣고 되더라도 무조건 실입주 하는게 아니고
피를 받아 팔수도 있고 전세를 줄수도 있는거라 분양 혜택이 주어질 때
신청하는게 유리하다고 겨우 설득을 하고
개인적으로도 고심과 고심끝에 되든 말든 밑져야 본전 이상이니
최고로 인기가 많은 타입을 골라 질러보았다.
인천거주자가 75%고 나머지 지역은 25%인 데다가
경쟁이 가장 쌘 곳에 신청했으니 이건 될리가 없을 것이다.
라고 맘 편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도착한 당첨 문자.
확인해보니 진짜로 당첨이 되었던 것이다. 그것도 중간 층인 22층으로!
부동산 카페에서는 인증글이 수없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회원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주변 지인들은 정말 축하한다며, 잘했다고 격려해주는데
이런 말들을 듣고나니 와이프도 나의 선택이 꽤 나쁘지 않았음을 실감했는지
못이기는 척 하며 한번 살아보지 뭐~ 하며 내 의견에 손을 들어주었다.
사실 인천지역으로 더 멀어지기도 하고, 초등학교 문제라던가
단지 바로 앞 고층 건물에 대한 이슈로 입주 예정자 사이에서는
다소 불안의 이야기도 오고가서
이런 글을 볼때마다 조금씩 불안한 마음도 생기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지금 사는 집보다야 훨씬 더 좋을 것이고
교통 등을 생각해도 가치는 충분히 있을 것으로 판단이 된다.
무엇보다도 시아가 초등학교 입학 바로 직전에 입주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그간 오랫동안 계획했던 일에 어느정도 윤곽이 잡힌 것 같아
가장으로서의 짐을 하나 덜어낸 기분이다.
입주에서 들어가더라도 빚이 하나가득이라 맘이 편하진 않겠지만
더 넓고 깨끗하고 안전한 곳에서 내 아이를 재우고 먹일 수 있다면...
아직 입주까지 3년이나 남았고 그 전까지 넘어야할 산이 많겠지만
그간 계획하고 고민했던 수고로 낳은 결과라 생각하고 힘을 내어본다.
앞으로도 화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