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에게 충격적인 한 마디를 듣고 불안 증세, 공황 증세가 더욱 심해졌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어머니께 이사 당일날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시아가 아내에게 이사를 안가면 안되냐는 식으로 말하고는
할머니 품에 안겨서 눈물을 글썽이며
"엄마 잘가~~!!" 라고 배웅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엄마를 붙잡는 아이의 간절함과 작별인사를 건네는 아이의 마음이 어땠을까
자꾸 그 마음에 감정이 이입되면서 마음이 죽을 만큼 괴롭고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되고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사랑하는 내 딸, 그것도 6살 밖에 안된 아이에게 저런 마음을 갖게 하는 걸까
아빠로서 자괴감이 들고 죄책감에 사로잡혀 어느 것도 할 수 없었다.
시아가 태어나 처음으로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빠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더 괴로운 것은 그 감정을 내 안에 간직한 채로, 괴로운 마음을 숨긴 채로
아이에게는 미소를 띈 채 장난도 치고 역할놀이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몸과 마음이 다르게 놀고 있으니 신경계가 혼란스러울 만 했다.
그렇게 불안장애와 공황이 끊이질 않고, 1분 1초가 버거운 하루를 버티고 있다.
그런 모습이 아이의 눈에도 보였던 걸까.
시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빠도 힘들어서 이사가면 어떡하지?"
너무나 황당한 질문에 나는 대답했다.
"아빠는 시아가 할머니가 되도 같이 살거야!"
"나중에 크면 아빠랑 결혼해서 영원히 영원히 같이 살자"
그 말은 들은 시아는 안심하며 금방 잠이 들었다.
시아는 엄마가 힘들어서 이사를 간 것도 참고 있었고
아빠가 힘들어하는 모습도 눈치채고 있었고
힘들면 아빠가 가버릴지도 모른다는 걱정까지 해가며
6살 답지않은 마음으로 지난 며칠을 지내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나 답답하고 괴로웠을까.
그런데도 너는 그렇게 밝고 명랑하게 웃고 있었구나
혹시 그 웃음 마저도
진심이 아니라 나를 두고 가지 말아달라는 뜻의
살기 위한 몸부림은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에 마음이 찢어진다.
그 마음을 내가 어떻게 보듬어주어야 할지
이미 지나간 일을 돌이킬 방도가 없고
내 자신도 너무 망가져 있는 이 상황에
긴 터널에서 빠져나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어 괴롭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로 괴로운 마음을 공유하며
시간, 시간을 버티다가 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