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가 엄마를 보고싶다고 말한 까닭에
아내와 면접교섭일을 조금 앞당기기로 했다
지금 사는 곳과는 결코 가깝지 않은 거리였는데
다행히 시아가 얌전히 잘 참아주어 큰 무리없이 도착할 수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엄마를 만나는 시아는 세상을 모두 얻은 것 마냥
그간 못해왔던 애정표현과 기쁜 마음을 표현해주었다.
시아는 아내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잠시 밖으로 나와 친구들과 식사를 하고 돌아왔다.
셋이서 인근 공원을 가기로 했는데
언제나 그랬지만 아내의 상태가 영 좋지도 않아보이고
시간도 모자를 것 같다는 판단에 거리를 조금 산책하다가 발길을 돌렸다.
시아는 엄마를 조금이라도 더 느끼고 싶어서인지
엄마 집에서 배달을 시켜먹자고 강력히 주장했지만
쓰레기가 생기고 치우기 귀찮다는 이유로
아내는 밖에서 먹자는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몇 주 만에 만나는 아이의 부탁이라 들어줄법도 하다는 생각이 들어 좀 서운했지만
집주인 몸이 좋지 않다고 하니 이제는 내가 어찌할 방도는 없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헤어지려는 찰나
결국 시아가 엄마를 껴안으며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아무래도 그 이후로 첫 만남이고, 이렇게 또 떨어지는 과정이
시아에게는 확실히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니, 울음을 터뜨리는게 당연했다.
그 상황에서 어느 누가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런데도 가야한다는걸 자신도 알고 있는지
차에 앉아 엉엉 울면서도 잘있으라고 엄마에게 손을 흔드는데
아무런 잘못도 없는 아이에게 너무 큰 슬픔과 인내를 감당하게 하는 것 같아 마음이 괴롭다.
집에 오는 2시간 가량 주기적으로 울음을 터뜨리는 시아를 달래며
동시에 운전대를 잡은 나의 마음도 천번 만번 달래며 집으로 돌아온다.
점점 더 익숙해지겠지. 괜찮아지겠지…
아빠가 아빠의 감정을 다스리듯. 너도 너의 감정을 다스릴 줄 알게 되겠지..
미안해 딸. 아빠가 더 사랑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