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는 여지껏 추상적인 것에 대해서는 인지가 별로 없던 편이었다
모든 아이들이 그렇겠지만,
눈에 보이는 사물이나 동물들은 비교적 쉽게 인식을 하는데
눈에 보이지 않은 추상적인 것은 몇번을 말해줘도
이해가 잘 안되는 것 마냥, 리액션이 적은 편이었다.
그 중 꾸준히 시도해봤던게 '이름' 이라는 단어인데
손가락을 가리키며 "이거 누구야?" 하면
엄마~ 아빠~ 함니~~ 시아~~ 하면서
전부 잘 대답하는 시아였지만
"시아~ 이름이 뭐에요~? 하면
꿀먹은 벙어리처럼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을 짓고 딴청을 부렸다.
그래서 그럴때 마다 "시아의 이름은 시아야~ 권시아"
"이름이란건 그 사람을 부를 때 쓰는 말이야~" 라고 알려주었다
그러던 오늘 갑자기 시아가 자기의 이름을 묻는 말에 대답을 해버린 것.
이름이 뭐냐는 말에 자기를 가리키며
"시아!!" 라고 대답을 하는데
아내와 나 모두 화들짝 놀라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몇 번 더 시도해본 후
시아가 이름이란걸 제대로 인지하고 있다는걸 깨닫게 되었다.
점점 자기 주장도 너무 강해지고
고집도 쌔지는 편이라 조금 벅찬 시기를 보내고 있었는데
자의식이 강해지는 만큼,
자신에 대한 호칭도 더 발달해온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이유없는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는걸
정말 오랜만에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시아는 아주 훌륭히 자의식을 키워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