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니 온몸이 뻐근하고 평소의 컨디션이 아니었다.
월요일이어서 그런건지, 오랜만에 등원을 시켜야해서 그런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평소보다 힘든 아침이었다.
일주일간 호되게 아팠던 시아였으니
옷을 단단히 껴입고 나가야했다.
티셔츠와 바지도 기모로 입히고,
그 위에 패딩 바지와 잠바, 목도리에 장갑까지 칭칭 둘렀다.
아마 이 상태로 걷게하면 뒤뚱뒤뚱 걷는 펭귄이 떠올랐을 것이다.
만발의 준비를 하고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
하늘이 뿌옇고, 모든 건물이 하얗게 변해있다.
아침이 유별나게 힘들었던 이유였다.
1층으로 내려와 차에 타려는 순간
시아가 하늘을 보고 양팔을 벌리며 '우와~' 하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작년 이맘 때 잠깐 보여줬던 것 빼고는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많은 눈이 내리는걸 보는것도 처음인가 싶었다.
도로에 주차해서 유모차를 내리고
시아를 태워 어린이집에 도착하기까지 몇 분.
그 짧은 시간에도 시아는 펑펑 내리는 눈에서 눈과 손을 떼지 못했다.
눈이 피부에 닿지 못하게 필사적으로 막는 아빠의 노력과는 반대로
어떻게든 눈을 만지고 잡아보고자 신이 나 있는 시아였다.
그렇게 힘들게 데려다주고 눈길을 저벅저벅 걸어오는 길
눈을 보고 그렇게 좋아했는데 후딱 데려다놓고 와야하는
바쁜 아빠의 일상이 야속하게만 느껴진다.
회사에 조금 늦더라도
손에 눈덩이 한번 쥐어줬으면 좋았을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