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법원에 방문했다.
분명 이혼 이야기를 꺼낸건 아내쪽인데 왜 서류는 내가 모두 챙기고 있는지 의아했다.
따지고보면 결혼도 그랬고 모든 행정상 절차는 내가 진행했던 것 같다.
그렇다. 역시 성격이란건 그 사람의 근저에 깔려있는 강력한 무언가라서 결코 바뀌거나 하지 않는다.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따지고 체크하는 나란 놈의 성격은 어디 가질 않는다.
한편, 아내는 법원 위치 찾는걸 알아봐주었는데 그 마저도 착각을 했는지
완전 엉뚱한 곳으로 헛걸음을 하고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평소 같았으면 한 소리 했을법했는데 이젠 피식하고 웃음이 나온다.
그렇다. 발버둥치고 아무리 노력해도 바뀔 수 없다는 것.
이 정도 단계는 되어서야 비로소 깨닫고 수용하는 단계에 이르렀나보다.
마음은 한결 가벼웠다. 스스로 나를 불안하게 만들던 것.
마음의 준비.
바뀔 수 없다면 받아들이고 새 것을 맞이하자는 생각이었다.
법원 직원에 태도는 예상과는 반대로 다소 냉소적이었다.
수 많은 사람들을 대해서 그런지, 이혼을 만류하려는 생각도 부추기려는 생각도 없어보였다.
그저 주어진 행정업무를 끝내고 퇴근을 바라는 일개 직원에 불과해보였다.
그 모습이 다소 아쉬웠던 것은 역시나 모든 것이 준비가 되지 않은 나의 마음 때문이었으리라.
우리 말고도 많은 부부가 이혼을 위해 방문했다.
서로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자리를 따로 하거나
저 만치 먼 거리에 떨어져서 움직이고 있었다.
반면 우리는 이혼하는 사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아무렇지 않아보였는데
그들 시선에는 조금 이상해보였을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내 성격이 그렇게 쿨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부부의 연을 악화 시키는 것은,
부모의 연을 악화시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본다.
서로 맞지 않아도 내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며
그 가치를 훼손시키는 것은 내 아이에게 상처가 될 것임이 틀림 없다.
가급적이면 헤어지는 것도 아름다운 결말로 마무리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