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갑작스럽게 날씨가 서늘해졌다.
사실 이번 여름은 여름같지 않았던게 (물론 덥긴했지만)
태풍도 여러차례 있어서 바람도 많이 불었고
전반적으로 여름치고 덥지 않았던 날도 많았 던 것 같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서늘한 날씨에
에어컨을 틀고 자던 며칠 전과는 다르게
자다가 이불을 찾는 나와 아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불을 덮는 우리와는 달리
시아는 이불 덮는걸 격하게 싫어한다.
자다가도 무언가 덮히는 느낌이 들면 "이불 싫어!!" 소리치며
발로 힘껏 걷어차고 이불쪼가리가 닿는 것 조차 용납하지 않는다.
그래서 날이 추워지면 바지를 입혀서 재우곤 했는데
지금 같은 환절기는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아 조금 난감한 상황
아니나 다를까 이날 새벽에도 방이 조금 서늘하다는 느낌에
이러다 시아가 감기걸리는건 아닐까 싶어서
슬쩍 이불을 덮어줄까 하고 있었는데
시아가 저쪽에서 성큼성큼 기어오더니
내 겨드랑이 안쪽으로 쏙 파고 들어와 팔을 베고 눕는다
잠결에 어두운데도 어떻게 그리 찾아왔는지 모르겠지만
허벅지가 꽤나 차가워서 추워서 아빠한테 온거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한다.
미리 대처해주지 못해 미안함 마음이 드는 동시에
그렇게 나를 찾아 꼭 껴안고 새근새근 자는 모습을 보노라니
잠이 덜깬 와중에도 알게모르게 애틋함과 따뜻함이 느껴진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내 가치를 버리는 것과 동시에
그 아이가 나를 찾을 때 다시 내 가치가 증명되는 과정 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