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안정제를 먹다보니 정신을 차리지 못할때가 좀 있다.
특히 밤에 안정제를 먹고 자면 아침까지도 몽롱해서
아침 기상이 무지무지하게 힘이 든다.
그러다보니 아침 준비시간도 좀 늦어지게 되는데
이날은 유독 다른 날보다 힘들어서 평소보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씻으면서 "언제 시아 옷입히고 머리 빗겨주고 데려다주지"
별 생각을 다 하고 있었는데 마침 시아가 화장실 앞으로 오길래
가볍게 말을 건냈다
"시아야~ 아빠 씻고 있으니까 시아가 입은 기저귀 팬티로 갈아입을까?"
시아는 "네~~~" 라며 대답하고는 다시 거실로 돌아갔다.
사실 기대는 안했고 혹시나해서 해본 말인데
잠시 후 화장실 다시찾아온 시아의 모습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옷을 갈아입은 상태였다.
이게 무슨일인가 싶어 혼자서 옷까지 갈아입은거야?? 라고 말하니까
씩씩하게 그렇다고 대답하는 대견한 딸래미.
회사에 늦는건 뒷전이고 한참을 꼭 끌어안고
칭찬세례를 퍼부어 주었다.
외출준비할때 그렇게 전부 스스로한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보상으로 스티커를 주었고 시아의 표정은 아침부터 싱글벙글
몽롱해하던 나도 정신이 번쩍 들어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칭찬스티커가 정말 효과가 이렇게 좋은걸까~?
너무 놀라서 이 이야기를 아내와 엄마에게도 얘기하니
둘 다 깜짝 놀라는 반응 ㅋㅋㅋ
가만보면 시아는 항상 나의 기대를 웃도는 기특한 아이다.
내 성격이 워낙 조심스럽고 우려가 많다보니
행여 잘못하고 있는건 아닐까 노심초사하는 부분이 있지만,
정작 우리 딸은 내가 우려하는 것보다 훨씬 더 건강하고 똑똑하게
아주 잘 자라주고 있다.
나도 아빠가 처음인지라
이렇게 소중한걸 다뤄보는게 처음인지라
부족하고 못해주는게 너무 많은데도
스스로 잘하고 무럭무럭 건강하게 커가는 딸의 모습에
너무 고맙고 대견하고 기특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더 많은 칭찬을 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