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다시 일기를 쓴다
욕심내던 것들을 아주 잠시 내려놓고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꾸준히 먹으면서
원상복귀에 힘쓰고 있다.
약을 복용한지 대충 2주 정도 되었는데
큰 무리없이 일상생활을 보내고 있다.
신경안정제 덕에 24시간 무기력하고 졸립다는 점과
컨디션이 안좋은 날에는 불안감이 좀 더 강해진다는 것 말고는
침대에 누워서 잠도 금방 들고
아무것도 못할 것 같았던 자괴감과는 달리
조금씩 헤쳐나가고 있다.
아무렇지 않은 것 처럼 있긴 하지만
사실 속 마음은 같은일이라도 전보다 더 큰 각오와 용기를 필요로 한다.
이를테면 대화를 하는것도 업무를 하는것도
원래는 아무 감정변화없이 기계처럼 했던 것도
지금은 초조함이 느껴지거나 감정의 동요가 생긴다.
심지어 지하철을 타는것조차 긴장이 느껴질 정도
아마 약을 먹지 않고는 다시 좀 힘들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무슨 일이 있어도 약을 우선으로 챙기고 있다.
이 무기력함과 피로를 1년 정도 가져가야한다 생각하니
끔찍하기도 하지만 나아지기만 한다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그 덕에 최근 아내가 시아를 많이 돌봐주고 있고
나를 그렇게 따르던 시아는 태세를 180도 전환해서
엄마가 좋다며 엄마에게만 붙어다닌다
덕분에 숨통이 좀 트이는 느낌
건강하지 않고는 뭔들 소용이 있을까
아프지말고 우리 가족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