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부터 뭔가 이상하다는걸 느꼈다.
아니 훨씬 이전부터 몸에 이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땐 결혼 전이었고, 업무가 너무 극심했던 상황이라
지하철에서 한번 쓰러졌을때 단순 스트레스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 후로 1~2차례, 그리고 얼마전에도 한번 비슷한 경험을 했다.
아내는 줄곧 병원을 방문하라고 했었지만.
병원에가도 정밀 검사를 해봐야 하는데 나올수도 있고 안나올 수도 있다는
애매한 대답만 늘어놓아서 불확실성에
수십만원을 들여 낭비를 하고 싶진 않았다.
그러다 며칠 전부터 방안에 있으면 가슴이 답답하고
숨을 못쉴 것 같고, 곧 죽을 것 같은 답답함이 자꾸 엄습했다.
사실 이게 처음이 아니고 어쩌다 한번 불면증에 시달릴 때 있었던 증상인데
요 근래 매일, 그것도 자주 느껴지니 아주 미칠 것 같고 죽을 맛이었다.
집에서 혼자 일을 보는 와중에도
방이 너무나 갑갑하고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는 그런 상황
이대론 업무가 불가능하다 판단하고 당장에 반차를 쓰고 신경정신과로 달려갔다.
검사를 해보니 일반인보다 스트레스 지수도 높은 편이고
우울증도 초기 증세로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증상은 범불안장애와 공황장애
점심약 복용 직후에는 좀 괜찮은가싶더니
밤에는 엄마와 아내를 부여잡고 오열을 하면서
내 몸이 왜이렇게 고장이 난건지
아무렇지도 않은 상황인데도 왜이렇게 답답해하는건지
억울함과 서러움이 밀려왔다.
가족이 모두 자고있는 사이에 나혼자 어떻게 되버릴 것 같은 두려움에
바들바들 떨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러 들어가기 전에도 저 방에 들어가면 진공상태에 들어가는 것처럼
숨이 막히고 압축되서 쪼그라들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고
선풍기 바람이 얼굴을 스칠때마다 물속에 잠긴것처럼 익사하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가족이 중요하고 최우선이었던 나였는데
집에만 있으면 숨이 막혀 뛰쳐나가고 싶은
아이러니한 정신병에 걸려버렸다.
내가 너무 많은 스위치를 켜두고 있었던 걸까
얼마 전 느꼈던 욕심 스위치에 대한 건
내 몸이 이미 과부하를 직감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마음은 그게 아닌데
놀아달라는 아이의 요청에 기분좋게 응하지 못하고
답답하고 숨이 막히는 이 멍청한 뇌가
어서 빨리 고쳐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