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의 아빠 의존도가 높아진 이후로
내가 함께 자러가면 딱히 잠을 거부하거나 칭얼거리는 일은 드물었다.
어쩌면, 그렇게 칭얼대더라도 시아를 방으로 데려가는 나름의 요령을
이미 터득해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침대에 눕기까지는 아주 유연하게 흘러가는 편이긴한데
시아가 잠들때까지는 몇 단계를 거쳐야만 한다.
먼저 책이든 장난감이든 어떤 수단을 써서 침대에 눕게 된다면
그 이후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시아가 옆에서 계속 말을 걸고 대화를 걸어온다. 주로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이야기
요즘은 자기혼자 역할극으로 중얼거리며 장난을 치고 논다.
이불속에 숨어서 숨바꼭질을 하자고 엄청 조르기도 함
책을 읽는걸로 대체되기도 하는데 최소 아빠 2번, 자기 2번은 읽어야 내려놓는다
2.
그러다 갑자기 쉬를 하고 오겠다고 한다.
당연히 들어오기 직전에 쉬를 했으므로 안나오는게 당연 ㅠ
그제서야 "어? 안나오네~?" 하고 다시 일어서는데
들어가기전에 입혔던 기저귀라 완전 쌔거인데도
한번 입었던거라고 "이거 쌔거 아니야~" 하며 새 기저귀를 가져온다 ㅠㅠ
아까운 기저귀 ㅠㅠ
3.
그렇게 다시 눕게되면 어딘가 갑자기 아프다고 한다
이건 딱히 아프진 않지만 약을 바르고 싶다는거다.
요즘 구굽차놀이, 진찰놀이에 꽂혔는데
아마 이것도 놀이중 하나로 생각하는 듯 ㅠㅠ
4. 이쯤되면 슬슬 9시가 되어가고 나름 기력이 떨어지는 시간
"엄마 섬근 불러조~" 라고 한다. 이게 뭐냐면 섬집아기 자장가를 불러달라는 이야기다
'엄마는 섬그늘에~ 굴 따러~가면~♪'
여기까지는 전과 다를바가 없는데 새롭게 추가된게 "안아조~ " 단계다.
날이 갑작스럽게 추워져서 그런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뒤에서 혹은 앞에서 한쪽팔로 휘감으며 안아주어야 한다
목과 팔이 아파서 슬쩍 빼려고 하면
다시 팔을 붙잡고 자기쪽으로 댕겨서 가지고 간다 ㅋㅋ
예전에 키우던 강아지랑 똑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끌어안고 토닥~ 토닥~ 해주면
발을 휘저으며 잠들지 않으려고 버텨보지만
이내 스르륵.. 잠잠해지는 시아
전보다는 좀 순조로워지긴 했지만
거쳐야하는 단계가 너무 많다보니 잠들기까지 1시간은 족히 소요가 되는 것같다
원래 9시~9시 반에 재우러 들어갔는데
그러다보면 11시까지 못자는 날이 생기고 수면시간이 부족하다보니
아침에 피곤한 탓인지 엄청 짜증내는 일이 반복되서
이제는 시간을 앞당겨 8시반에는 자러 들어가는 것으로 진행중!
그덕에 다행히 피곤때문에 투정부리는 일은 없지만
문제는 엄마아빠보다 훨씬 일찍 일어나서 나가자고 하는 것 ㅠㅠㅠ
오매 이러나 저러나 쉬운게 없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