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그렇게 새벽아침부터 자전거를 차에 싣고 출발했다
아내와 시아 모두 잠들어있고 행여 깨어날까봐 조심히 짐을 챙겼다.
출발하면서도 문득 그리 편히 자진 못해서
이 컨디션으로 과연 할 수 있을까
중간에 그만하면 체면도 안설 것 같고
출발전에 뭐 하러 사서 고생하냐며
그냥 편하게 놀다오라는 말들에
의욕이 더 불타오르기도 했지만,
실상 걱정이 되는것도 사실이었다.
그래도 꼭 갈 수 밖에 없었던 건
일과가 끝나면 가사와 육아에 몰두해서
단순히 해야할 일들을 해야하는 단순하기 짝이없는 일상이라
무언가에 도전해볼 일도 없었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는지도
조금씩 잊어가고 있었다.
그냥 회사원, 대리, 애기아빠, 남편
딱 그 정도의 사람.
그러다보니 과연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
집에서 일이랑 육아만하다가
평소 운동도 열심히 하는 친구들과 같이
갑자기 자전거를 타고 100km 를 완주한다고?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아무런 생각없이
"가자" 라고 대답했다.
몰랐지만 무의식적으로 그게 꼭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었나보다
날씨가 제법 차가워져서 찬 바람을 맞으며 20km정도를 열심히 달렸다.
결혼 전 살던 동네 라이딩 코스가 딱 20km 정도의 거리여서
그것만으로도 나름 힘든 일이라 생각했는데 이제 고작 1/5을 왔을뿐이었다.
30km, 40km 를 지나고 언덕을 만날때마다 고비가 찾아온다
같은 자세를 오래 지속하다보니 엉덩이와 어깨가 욱신거려서
페달을 밟으며 몸을 푸는 빈도가 잦아졌다.
그렇게 50km 즈음, 같이하던 친구 하나가 무릎을 다쳐
전철을 타고 먼저 숙소로 갔다.
부상은 안타깝지만, 그래도 편하게 목적지까지 가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나약해진다.
다시 이를 악물고, 최대한 호흡을 가다듬으며 페달을 밟아본다.
한강을 따라서 이쁜 꽃들도 피어있고, 코스모스도 보인다.
꽃길을 따라서 연인끼리, 가족끼리 나들이를 즐기고 있다.
60km즈음, 이만큼 왔는데도 아직 40km 나 더 가야한다는 생각에 까마득하다
돌이켜보면 이때 내 체력은 전부 바닥난 상태였다고 본다.
벤치에 누워 금방이라도 잠이 들 것 같았고, 몸을 움직이기가 싫었다.
그런데 그렇게 있다보면 하염없이 퍼질 것 같아 다시 출발을 한다.
70km, 80km 지루한 페달질이 계속되고
여러 오르막과 내리막을 만나며 희비가 교체했다.
문득문득, 시아가 자전거를 타고 싶다던 모습이 자주 떠올랐다.
90km에 다다를 무렵, 강촌역 시내에 들러 마지막 휴식을 취했다.
차디찬 몸속으로 따끈한 라면 국물 허겁지겁 밀어넣었다.
남은건 고작 10km, 이쯤되니 진짜 완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도저히 못가겠다는 생각이 교차했는데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페달 돌아가는 숫자만큼 되뇌인 것 같다.
그리고 마침 어렵사리 도착한 식당에서
주문했던 닭갈비는 이게 닭인지 오리인지 구분도 못할 정도로
아무생각없이 씹어넘긴 것 같다
어찌됐건, 나는 성공했고 할만했다.
쉬웠다는 의미가 아니라, 고생한 만큼 보람이 있었다.
애 아빠라서, 운동안해서 그건 무리야,. 라며 여러 변명거리가 수도없이 많았지만
체력단련 없이도 100km 정도는 정신력으로 완주할 수 있다는걸
스스로 증명했고 경험했다.
친구는 내가 기초체력도 있고, 근성이 좋다고 한다.
지난 여행지에서 무거운 카메라를 내내 들고다니며 보여주었던 체력이
이번 라이딩을 통해 한번 더 증명되었다며 말이다.
힘들었지만 옆에서 함께하며 나를 지켜봐주는 친구가 있었단 사실도
정말 뿌듯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