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를 어린이집에 등원을 시켜주는데
다른 아버님이 구두를 벗고 아이를 데리고 들어간 순간
시아는 그 구두에 손을 뻗으며 가지런히 정리하려고 하는 모습에
그 아버님과 선생님들이 화들짝 놀라서 "괜찮아! 괜찮아!" 하면서
헐레벌떡 달려오며 시아를 막으려 하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머쓱했는지 시아는 헤헤헤 하고 웃고
선생님들은 시아의 정리정돈 하는 모습에 놀라서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는 사실 ㅋㅋㅋ
다른 아저씨의 신발을 만지려고 하는게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만
아빠로서 정리정돈하는 습관에 좀 더 가까워진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나름 흐뭇해졌다랄까..
사실 정돈하는 습관은 나에게서, 그 위로는 할머니로부터 전해져온게 아닐까 싶다
와이프는 정돈보다는 편하게 지내는 스타일이고
나는 바닥에 무언가 떨어져있기만해도 상당히 거슬려하는 스타일이라
바로바로 치우지 않으면 자꾸 신경이 쓰인다
시아가 그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자기 반경은 스스로 정리할 줄 아는 아이로 컸으면 해서
어느정도 정돈을 시키기도 하고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데 그렇게 칭찬을 조금 해주고나니
시아도 거기에 나름 뿌듯함을 느끼는지
너저분해진 것들을 조금씩 정리하는 모습을 보이고
심지어 그걸 놀이로 삼으려고도 한다.
쌓여진 기저귀를 전부 다 가지고 와서는
"시아가, 정리하꼐~~" 하면서 자기 가슴을 툭툭.
한쪽 구석에 가지런히 쌓아놓고는 두 손으로 기저귀를 가리키며 "짠~~"
하며 보여주기도 한다.
아직 손발이 짧으니 정리하는 위치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지만
쌓아놓은 모습을 보면 제법 똑부러진다.
혹은 서랍에서 꺼낸 물건들을 다시 잡아서 원래 위치로 넣는 일도 일쑤.
참., 그러고보니 식탁에 올려놓았던 냄비받침 등등은
꺼내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는데 어떻게 제 자리에 넣을 수 있는거지? 싶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전에 서랍을 마구마구 열어서 물건을 전부 꺼내고 헤짚고
어지럽히는줄만 알았던 그 행동들이
그 안에 무엇이 있고, 어디에 있던것들이고, 다시 어디로 돌아갔는지
그걸 탐색하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소하고 막무가내인 것 같은 행동도
알고보면 학습이었나..? 하는 생각에
어지럽히는 시아를 보며 힘들어했던 내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진다
한번 더 육아를 한다면 더 훌륭하게 키울 수 있을텐데
미안하고 고맙고 시아를 보며 많은 것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