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갑자기 부쩍 추워졌다.
늦은 새벽시간이 되면 방안에 냉기가 가득해서
시아가 어떻게 자고 있나 벌떡 일어나 확인하고
걷어찬 이불을 제대로 덮어주고 잠이 든다
(물론 그래도 다시 걷어차지만)
이제부터 슬슬 난방을 켜놓고 자야할 것 같은데
시아가 잠들 시간에는 방이 그렇게까지 춥지 않아
좀 더 느즈막히 틀어놓고 자야하겠다
겨울이되니 당췌 저 떨어지지 않는 콧물감기도 걱정이지만
어린이집 등하원이 가장 큰 문제다
최대한 춥지 않게 해주려고 옷을 꽁꽁 싸매서 나가는데
문제는 그만큼 시간이 더 걸린다는 것.
1분 1초가 촉박한 아침시간에
기저귀, 내복, 가디건, 외투, 장갑, 목도리까지 챙긴다는 것은
한 피스당 5분씩은 잡아야할 정도로
시간이 많이 지체되는 것이다.
그래도 그렇게 시간이 걸려서라도
따뜻하게 입히고 보내야 마음이 편해진다.
어릴 적 문밖을 나설 때마다 왜이리 얇게 입었냐고 호통을 치며
안타까워하셨던 엄마의 심정을 이해하게 된 건 불과 며칠 전이다.
시간이 촉박해서 부랴부랴 입힌 바지가 너무 얇았던건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드는 아침이면 온종일 불편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옷 입기 싫다고 실컷 투정을 부리다가
사과주스 하나 쥐어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기 혼자서 외투에 팔을 끼워넣는 모습을 보노라면
그렇게 얌체같을 수 없는 얄미운 딸이지만
입혀놓고보면 마냥 내 딸이라 대견하고 이뻐보이기 그지없다.
아이가 자랐다는걸 가장 크게 실감하는건
아무래도 옷을 입히는 시간이다.
직접 옷을 입혀보면, 예전에 넉넉하게 입었던 그 옷이
어느새 꽉 낀다는걸 실감한다. 마치 다른 옷인 것처럼.
매일 아침 바삐 입혀보내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시아는 착실히 잘 자라주고 있구나
고맙고 대견한 우리 딸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