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만복대 등반 시작지점에 도착했을쯤
깨소금같은 별들이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3대가 복을 받아야 볼 수 있다던 지리산 일출이라던데
어쩌면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득 품고
새벽 등반을 시작했다.
근데 무슨 3대가 복을 받은건 둘째치고
일출을 보기도전에 죽어버리는 줄 알았다.
10kg의 장비와 깜깜한 어둠.
가파른 경사에 두 손을 쓰지 않으면 굴러 떨어질 것 같았기에
후레쉬는 입으로 물고 악바리처럼 산을 타고 있었다.
깜깜한 바위들을 넘고 넘어
중턱에 다다르고 잠시 멈춰 숨을 고를때쯤
하늘이 푸르스름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산맥 사이로 떠오르는 붉은 태양
3대가 복을 받은 기분을 몸소 느꼈을만큼
경이로운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