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원 나들이
새로운 회사로 옮기고 바쁜 나날들을 보냈다.
출/퇴근 시간도 길어져 아침일찍 / 저녁 늦게 집에 들어가는 일상이 반복되고
그 와중에 시아는 아빠랑 자는 시간, 아빠랑 노는 시간을 더 원하는 것 같아보였다.
출근시간 현관에서 한참을 붙잡고 있는다거나
아빠 회사에 가보고 싶다고 한다거나
아내가 재우는 날이면 아빠랑 자고 싶다며 칭얼거리기 등등
아빠로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모순적으로 그렇게 되지 못하는 상황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래서 가급적 주말이나 쉬는 날을 이용해서 최대한 놀이를 찾아보는 편인데
코로나때문에 공원에 나가본지 꽤 오래되었고
공기도 날씨도 너무 좋아 공원으로 향하게 되었다.
그런데 코로나를 걱정한건 나뿐이었나,
공원은 이전과 다를 바 없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근래 날씨가 좋아진 탓에 이 날만 사람이 몰린 것인지
쭉 그래왔는지는 알 방법이 없지만
모두가 마스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빼면
확실히 전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같은 장소에 오랜만에 오니추억에 잠기게 되는데
그때보다 훨씬 듬직해진 딸래미가 뛰어 다니는 모습에
작고 어설프게 걷던 그때 모습이 겹쳐 보이고
한편으로는 앞서가는 시아를 바삐 쫒아가는 내게도
어린 시절 날 따라오던 부모님의 모습이 보이는 듯 했다.
그래도 시아가 정말 많이 컸고, 외출에 익숙해진 탓인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편하게 시간을 보내는 편이다.
솜사탕을 사달라며 조르던 것만 빼면 말이다.
갑자기 솜사탕은 왜 먹고 싶어했는지 모르겠지만
공원 어디에서도 솜사탕을 찾아볼 수 없어서
겨우 달래서 핫도그를 사주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다.
딴에는 어릴 때 부터 아빠가 사진을 찍어줬다고
사진찍자고 하면 거절하지 않고 포즈도 잡고 이쁘게 찍혀주는 편이다.
사춘기가 되어서도 이렇게 아빠랑 어울려줄지 모르겠지만
내 사진에 담겨주는 시아가 기특하고 이쁘다.
언젠가 함께 더 먼 곳으로 여행을 다니며
소소하게 군것질을 하고 사진도 찍고
그런 화목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