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가 알 수 없는 글씨들로 내게 편지를 전해주었다.
요즘 막 글자를 접해보고 이것저것 따라 쓴다고 하긴 하는데
아직은 지렁이 같은 글씨들로 그림처럼 따라 그리며 적는 정도이다.
컴퓨터 책상에 앉아있던 시아가 조심스럽게 가져다 준 편지 역시 그러했다.
못 알아보겠다고 말하면 학습 의지를 꺾을 것 같아
조심스럽고 자상하게 물어보았다
"시아야 이거 아빠한테 뭐라고 써준 편지야?"
"양치 안해서 미안하다고 쓴 편지야"
엊그제였나.. 시아가 양치를 안하고 자꾸 미루고 시간을 끌어서
홧김에 꾸중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생각이 나서 미안한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던 건지
글씨 아닌 글씨로 적어서 보여주는 그 마음에 대견하기도 하고
"꾸중했던걸 계속 마음에 담아두었나..." 하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화, 꾸중, 잔소리, 훈계 등등..
아이를 지도하는 방식은 한 끗 차이로 이 범주들을 오가곤 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들을 위하는 마음에 훈계를 하려고 하지만
그게 또 어느새 잔소리가 되고, 욱하며 화를 내버리게 된다.
내가 한 말들이 시아에겐 화 였을까, 훈계였을까
정도가 심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편지를 써줄 필요가 있었을까
아이의 방식을 통해 내 육아와 지도 방식을 돌이켜 보게 된다.
반면 비록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딸 아의 마음 표현이 더 활발해지고 성숙해짐을 몸소 느끼게 된다.
아이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한 행동들은 어른들에게 큰 깨우침을 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