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참 부지런하다고 생각될 때가 있다.
계절이 오기도 전에 다음 시즌 옷을 진열해놓는 매장을 지날 때,
기념일 한참 전부터 초콜릿, 사탕, 빼빼로 등을 전시해놓는 편의점을 지날 때.
정신없이 직장생활을 하다가 무심코 가게 앞을 지나면
"벌써 날짜가 이렇게 됐나..?" 생각하면서
하루 살기 급급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가게 업주들은 몇 주, 몇 달을 내다보고 준비해놓은 모습을 보니
확실히 자영업은 아무나 하는게 아닌가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나는 몇 달 후를 내다보고
"지금 무엇을 준비하고 있어야할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초조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오늘은 한 주 중 가장 업무량이 많았던 날이라 심신이 지쳐
생각의 흐름이 금방 끊기고 만다.
아마 날짜가 흘러가는 것도 이런식으로 깜박해왔던게 아닌가 싶다.
여튼 화이트 데이라 사탕으로 마음을 표현한다고는 하지만
누구에게나 익숙하고 당연한 결과는 성의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또 다른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장미꽃이 떠올랐다.
결혼 후에 어쩌다 한번씩 가져다주는 장미 한송이에
아내는 늘 부끄러운듯이 수줍게 손을 내밀어 받아주었고
"어짜피 시들거잖아?" 라고 대답할 것 같은 성격의 아내라도
그 꽃을 받을때 만큼은 감성에 푹 빠진 것 처럼 보였다.
시아도 베란다 화분에 핀 꽃을 가리키며 환하게 웃던 모습이 떠올라
퇴근길에 장미꽃 두 송이를 사서 하나는 아내에게. 하나는 시아에게 건네준다.
아내는 마찬가지로 수줍게 웃으며 받아주었고
시아는 두팔벌려 총총 뛰며 뜻밖의 선물에 기쁨을 나타내주었다.
둘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위안이 된다.
문득 아까 끊겼던 생각의 흐름이 다시 이어졌다.
몇 달 후에도 몇년 후에도 나는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어야 한다.
그때를 위해 하루하루 가족에 충실해야 한다.
그게 내가 지금 준비하고 있어야 할게 아닐까
결과가 조금 재미없긴 하지만
그렇게 어른이 되는거겠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