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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
새벽시간이라 우리 말고는 산모가 없어서
넓은 입원실 구석 한칸만 커튼을 둘러놓은채 인내의 시간을 보내고 있음.
너무 적막해서 아내가 미간을 찌푸리는 소리마저 들리는거 같음.
아기의 심장박동과 진통의 세기를 기록하는 용지는 더 길어져 바닥에 드러눕기 시작함.
00:20
통증이 점점 심화되고 빈도도 4분 간격으로 잦아지는 중.
자궁이 3.5cm 정도 열리고 5cm 이상이면 무통주사가 투여될 예정.
기계상 보이는 수치는 60-70을 왔다갔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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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의 진통은 잘 참는 것 같아보였으나 이젠 한계인거 같아보임 ㅠ
진통 주기가 2분 정도로 짧아지고 밑이 빠질거 같은 느낌이 더 심하게 든다고 함.
세번째 내진 결과 아기가 많이 내려와있으나 조금 더 진행이 필요.
00:45
분만실로 이동
분주해진 병동
00:55
와잎의 어깨가 파르르 떨림.
그걸 본 내 심장도 같이 파르르 떨림.
지난 몇개월 간 이 병원에 오면서 진료받던 일 .
진료받고 데이트도 하고 식사도 했던 행복한 기억들이 머릿속에서 마구 떠오름. ㅠㅠ
01:00
네번째 내진중. 숨소리가 더 거칠어지나 진행정도는 비슷. 20분 뒤 다시 내진
01:20
아이가 좀 힘들어하고 있다고 한다 ㅠㅠ
남편은 따로 격리되고 아이를 더 내리기 위해 간호사분이 별도 조치 중.
01:30
재왕절개 수술 설명. 자연분만까지는 무려 3시간 이상 걸릴 것 같다며
태아곤란증이 생길 수 있으니 제왕절개를 시행.
죄다 무슨 내용들이 겁주는거 같아 ㅠㅠ
태아는 괜찮은건지 산모는 위험하지 않은지 걱정이 오만가지 ㅠㅠ
그래도 어쩔수없으니까 수술로 진행....
대기실에 빠져나와 기다리는 시간이 억겁같이 느껴짐 ㅠㅜ
진통에 수술까지.. 너무 고생하는거 같아 미안한 마음이 한 가득... ㅠㅠ
모두 잘 끝냐야할텐데
02:20
중간중간에 태아 울음소리가 들리는데
신생아실인지 수술실인지 어디서 들리는 건지 모르겠지만..
저게 태양이의 울음소리일까 계속 귀기울이게 됨...
02:30
잠깐 화장실 간 사이 아이를 잠시 보여주고 들어갔다는 엄니의 말씀 ㅠㅠ
세상에 하필 ㅠㅠㅠㅠㅠ
그래도 아이가 너무 이쁘다고 펄쩍 뛰신다!
드디어 우리 딸이 세상 밖으로 나온건가!?!?!?
병실로 짐을 옮기고 나서 신생아실에 부탁해 사진을 받음!
음…. 아직 양수 때문인지 팅팅 부어있고 꼭 남자아이 같았다 ㅋㅋㅋ
나는 태어나자 마자 막 천사같고 샤방샤방할줄 알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태양아 많이 보고싶었다!!
우리 행복하게 살자!!!
2016.03.30 02:13 3.16kg
태양이 빛을 보다.
03:30
그리고 병실에 돌아와 아내를 기다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