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는 나들이를 정말 좋아한다.
자전거와 씽씽이는 물론이고
아무것도 없이 그냥 달리는것 자체만으로도 정말 좋아한다.
그런 아이를 집에서만 돌보고 있노라면 활동에 제약도 있고
집에 있는 장난감을 가지고 시간을 보내기 마련인데
인형이나 역할놀이로 감당해야하는 정신적 수고로움보다는
몸을 불사질러 뛰어다니는게 차라리 쉽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또 조금 기운을 내서 밖에 데리고 나가놀면
에너지 소모가 커서 그런지
다녀와서도 잘 먹고 잘 자는 편이라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
오늘은 날도 많이 풀리고 미세먼지도 없는 편이어서
아내가 외출한 사이, 시아를 데리고 인근 공원에 방문했다.
제대로 놀아줄 생각으로 씽씽이와 함께 작은 탱탱볼을 가지고 갔는데
예상과는 달리 공에 엄청 흥미를 보이는 시아였다.
처음엔 가볍게 주고받다가 잘못차거나 힘껏 차버려서
멀리 굴러가는 공을 잡기위해 뛰어가는 내 모습이 웃겼는지
나중에는 일부러 반대편으로 뻥 차고 아빠를 연신 불러댄다
"뽈보이!!!"
축구나 테니스에서 공을 주워오는 볼보이를 말하는게 맞다.
만화 페파피그에서 주인공 돼지가 공놀이를 하다가
동생에게 볼을 가져오는 역할을 맡기며 볼보이!! 라며 외치는걸 본 모양이다.
일부 아빠들은 굴러가는 공을 막아주거나 패스해주었고
고맙다는 말과 함께 눈이 마주쳤을 때
"고생많으십니다" 라는 무언의 격려를 보내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도 그럴것이 가방을 지켜줄 사람이 없으니
어깨에 주렁주렁 매달고 다니는데
거기에 무거운 카메라까지 짊어진 채로
아이가 뻥 차는 곳을 향해 이리저리 뛰다니는
아빠의 모습이 얼마나 처량해보였을까
그래도 괜찮았다.
시아는 그 어느때보다 해맑게 웃고있었고
너무 흥분해서 얼굴이 빨갛게 상기될 정도로
그 시간을 맘껏 즐기고 있었다.
나의 모든 수고는 저 미소를 보기 위함이다.
차고도 넘치는 보상이다.
힘들고 어렵고 고되지만 그거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