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취미인 나에게 벚꽃 시즌은 구미가 당기는 이벤트이긴 하나
참여하기가 어려워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았다.
예전에 비해 사람도 굉장히 많아져서 꽃보단 사람 구경에 가까울 지경이고
어린 아이를 데려갔다간 안전사고의 위험과
가족 모두에게 스트레스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이런 이벤트는 지양하려고 했다.
그런데 시아의 말문이 트이고부터 느낀게 있다면
언어발달에 시기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특히 계절과 관련된 언어는 그 계절이 지나면 다음 계절이 온 다음에야
직접 보고 느끼고 접할 수 있는게 아니겠는가
봄에는 꽃이 피고 따뜻해지며
여름엔 덥고, 비가오며, 에어컨과 선풍기를 튼다.
가을은 나무가 노랗게 물들고, 낙엽이 떨어지고
겨울은 날씨가 춥고 눈이 내리며, 감기에 걸릴 수 있다.
이 말 들은 모두 그 계절이 아니면 보고 듣기 힘든 내용들이다.
지금은 새하얗게 만개한 벚꽃잎들도 조금만 지나면 흩날려 없어질 노릇이니
그 전에 보여주지 않는다면 내년을 다시 기약해야한다.
다만 주말에 찾아가기에는 인파가 너무 몰려 힘들 것이 분명한지라
회사에 하루 연차를 내고 평일 아침 심지어 새벽 6시에 출발하는 것으로 계획을 짰다.
(결혼 전 새벽 6~7시 경에 출사를 나갔을 때 사람이 없었던 경험이 있었으므로)
아직 해가 뜨기도 전에 부스럭부스럭 이불을 빠져나와 세면을하고
아직 곤히 잠들어있는 시아에게 옷을 입히고 차에 태워 여의도로 향했다.
머리를 만지면 분명 깰 것 같아서 완전 부시시한 채로 뒷자리에 태우고 출발했는데
신호를 받아 정지중일때 뒷좌석을 한번 바라보니
시아가 인기척도 없이 눈을 부릎뜨고 날 쳐다보고 있는데
머리 모양도 부시시한채로 말없이 바라보고 있으니
깜짝 놀라서 심정지가 올 뻔 했다.
아마 당시 시아가 생각하기엔
나는 분명 자고 있었는데 왜 차를 타고 있는건지
여긴 어디고 나는 누구인지, 어디로 가는건지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아 어벙벙해서 그러고 있었을 것이라 짐작해본다.
그렇게 한산한 여의도에 도착하고
차에서 머리를 묶어 꽃단장을 하고 윤중로로 향했다.
예상대로 사람은 거의 없다시피했고
아주 자유롭게 뛰놀며 꽃놀이를 만끽할 수 있었다.
누군가는 극성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즐거워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남겨둔다.
잠 조금 못자고 일이 조금 쌓이더라도
즐거운 시간을 함께 했다면 그만이다.